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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내가 먼저

by 愛야 2015. 9. 18.

 

 

 

#1.

쇼핑몰이다.

나는 막 밖으로 나가려는 중이다.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한 젊은 엄마가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온다.

임신 마지막 달이라 해도 믿길 만큼 막강 몸통을 가진 엄마다.

7~8세 되어 보이는 딸과 5~6세 되어 보이는 아들의 손을 양옆으로 날개처럼 잡고 있다.

엄마는 자신을 기준으로 유리 출입문 중앙을 통과한다.

빡.

2초쯤의 정적 후 으아아아 엄청난 울음이 수류탄처럼 터진다.

유리문은 딱 봐도 세 사람의 폭을 수용하기에는 부족한 너비였다.

딸은 잽싸게 엄마 앞으로 몸을 디밀어 문을 통과했으나 어린 아들놈은 엄마 손 잡은 채 그대로 직진했다.

그 결과, 유리문의 프레임을 힘차게 들이받았다.

아아, 얼마나 아플지 보는 내가 다 찡그려졌다.

꺽꺽 허스키한 사내아이의 대성통곡이 쇼핑몰에 울려 퍼졌다.

뒤돌아보니, 엄마는 멀뚱히 울음 그치기를 기다리고 섰고, 어디선가 아빠가 나타나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나는 그 엄마의 둔함에 분노마저 일었다.

양쪽으로 아이들 손을 잡고 좁은 출입문을 들어서면서 어찌 자신부터 문 중앙으로 입장하는가 말이다.

양쪽 애들을 앞으로 모아 병아리 몰듯이 해 할 텐데 그런 건 학원에서 배우는 게 아니라 저절로 아는 것 아닌가.

혀를 차며 돌아오는데, 순간적으로 나는 나에게서 <시어머니>의 조짐을 느꼈다.

하지만 곧 아녀, 이건 걍 <엄마>의 마음이 화내는 거여, 강하게 부인하였다.

나는 귀찮고 피곤해서라도 시어머니 노릇은 하기 힘들어.

 

그날 저녁, 5살 아들을 친엄마가 살해했다는 뉴스가 앞 다투어 보도된다.

참혹하게 병든 마음에는 엄마고 나발이고 없는 세상이다.

살기 힘든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이들조차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엄마들.

모성마저 기대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망하는 게 맞다.

 

지금쯤 낮에 본 아이의 아픔이 푸른 혹으로 발현되었을 텐데, 한편으론 귀엽게 느껴져 실실 우습다.

이래도 되나, 푸핡.

 

 

#2

재미있는 블러그를 발견했다.

산뜻하고 담백하고 귀엽다. (40살 넘은 아줌마를 귀엽다면 이상하지만)

클릭클릭 읽다 보니 새북 2시다.

자정 다 되어 시작했지만 어쨌든 1박 2일동안 읽었다는.

알고 보니 작년에 책으로도 묶었다나.

글이든 뭐든 순수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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