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또 그 이전의 봄에 그랬듯 목련이 피었다.
공원 한 귀퉁이가 환했다.
그러나 며칠 만에 재빠르게 떨어진다.
올해는 꽃이 좋지 않다.
갈색 점박이들이 군데군데 많았다.
봄마다 그랬던 것처럼, 목련 사진은 실패했다.
우우 피는 커다란 흰 꽃이 모니터에서는 의도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심지어 작년보다 선명한 사진조차 없었다.
손은 작년보다 더 떨렸을 테고
보급형 낡은 사진기는 한 해만큼 더 낡았을 테고
실력은 애초부터 없었으니. (자학모드 실행중)
두 손 놓고 바라만 보는 봄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급기야 눈으로만 찍는 날이.
별목련도 피었다.
연분홍빛이 위로가 된다.
자목련보다 덜 무섭다.
별목련 나무는 목련 스트릿에서 뚝 떨어져 키 큰 나무들 사이에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쟈도 목련인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목련 찍는 와중에 누군가가 옆에서 말을 건넨다.
낯선 아자씨가 잘 찍힙니까 한다.
아, 네, 머, 그저, 얼버무린다.
저도 얼마 전 캐논카메라를 샀어요, 렌즈까지 240만 원?
머 사셨어요? (매너상 물어봐 줌)
머라더라? 5...D...라등가?
5D 붙은 거는 바디만도 그 가격 없을 텐데요.
하여튼 렌즈는 좋은 거라고 했어요. 그라고 전 니콘도 가지고 있어요.
근데 왜 안 찍으시고?
뭘 몰라서요, 이제 좀 배워야 할 텐데...
좋은 카메라부터 사두고 그는 스맛폰을 펼쳐 들고 있었다.
카메라 사고 나니 사진 찍고 있는 사람에게 관심이 생긴 모양이다.
하지만 얼라도 아니고, 대뜸 카메라 자랑은 왜 하냐고.
묻지도 않은 금액까지 막 밝히면서, 쳇.
압권은, 자신이 산 카메라와 렌즈의 정확한 기종을 모른다는 것.
끈기있게 피고 지는 동백.
짙고 두꺼운 이파리 사이에서 연신 꽃이 피고, 지고, 맺기를 반복한다.
한꺼번에 화르륵 피었다가 져버리는 목련과 마이 다르다.
부여받은 지 팔자대로 사는 법이다, 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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