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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감자 OR 옥수수

by 愛야 2018. 7. 12.

햇옥수수가 나왔다.

5자루 들어있는 한 망에 3천 원 했다.

한 망을 샀다.

뽀얀 옥수수 속살을 만날 때까지 질긴 껍질을 겹겹이 벗겨야 했다.

젠장, 벗기는 재미 별거 아니구먼 그렇게들 환장인겨.

 

나는 치아에 끼는 게 성가셔 싫어하지만, 아들은 옥수수를 아주 좋아한다.

옥수수뿐 아니라 감자도 좋아해서 벌써 몇 번이나 햇감자를 삶아 먹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간식이 감자 아니면 옥수수다.

며칠 전 아들은 감자를 먹다가 픽 웃으며, 다 구황작물이네, 이랬다.

하지만 밥은 밥대로 먹으니 구황이란 단어가 민망하다.
막 삶은 뜨거운 옥수수 두 자루를 아들에게 준다.

아들은 토끼처럼 옥수수에 앞니를 꽂더니 와닥와닥 뜯는다.

츠릅 물기를 흡입한다.

오, 사카린 맛, 이 맛에 옥수수 먹는기야.

아들은 행복하게 먹는다.

내가 기른 옥수수가 아니고 내가 사 온 옥수수일지언정 보는 마음은 똑같이 흡족하였다.

 

어제 저녁에 옥수수를 또 한 망 샀다.

껍질은 햇볕에 말려서 버리려고 잘 펼쳐두었다.

밤중에 소나기 내리는 소리가 짧게 들렸다.

그대로 두었다.

아침에 해가 났으니 다시 마르는 중일 거다.

사람 먹는 일에 뒷설거지가 참 많다.

그게 귀찮아서 점점 먹거리 범위가 줄어든다.

이를테면, 여름에 끼니로 삼던 수박이요 몇 년 사이 확연히 줄었다.

앞으로 더 더워질 텐데 음식물 쓰레기 줄이려다 내 수명 줄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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