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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그림자

by 愛야 2018. 10. 26.

 

냉장고로 가려다가 우뚝 멈추었다. 

처음 보는 액자가 벽에 나타났다.

놀라 뒤돌아보았다.

액자가 나타난 벽면의 맞은편에는 부엌 창이 있고, 저 액자는 그러니까 창틀에 올려놓은 작은 화분의 실루엣이었다.

햇빛이 우연히 창밖 어느 곳 유리에 튕다시 내 집 부엌 창문으로 꺾였겠지.

튕겨낸 유리의 각도, 해의 고도, 시각, 계절,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진 순간 창은 액자가 되어 나타났던 거야.

똑같은 그림은 다시는 조합되지 않을 테지.

그런데 이 아득하고 철학적인 느낌은 뭐람.

지켜보는 사이 액자는 조금씩 폭이 줄어들 희미해져 갔다.

해의 이동으로 액자는 다시 벽이 되었다.

찰나의 허상이 즐거웠던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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