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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늘 그랬듯

by 愛야 2019. 2. 27.

 

 

 

 

 

확실히 계절에 무심해졌다.

계절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그렇다.

감정의 경계는 선명함이 무너지고, 펑퍼짐 낮다.

질색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좋은 것도 없는 일상이란 얼마나 무채색인지.

 

 

 

 

오랜만에 나간 한낮의 공원에는 봄의 시간표대로 매화가 피어나고 있었다.

등을 대고 한 마리 흰나비처럼, 혹은 애처롭고 수줍게.

 

 

 

새로운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참으로 다행한 풍경이 아닌가.

 

 

 

 

'수양매화나무' 한 그루에서는 두가지 색의 꽃이 피고 있었다.

접붙이기 하였는지, 원줄기에서는 흰 꽃이, 옆으로 뻗어 나간 가지에선 분홍 꽃이 피었다.

'수양매화나무'는 희귀식물이라고 팻말을 붙여 놓았다.

하지만 몇 그루 중에서 유독 한 나무만 그런 걸 보니, 그것이 희귀의 이유는 아닌 것 같았다.

 

 

 

 

 

문 앞 매화나무에 사람들이 발을 멈추고 사진을 찍어대도, 라이방의 키 큰 헌병은 무심히 앞만 본다.

봄의 시계에는 관심 없다.

국방부 시계만 잘 돌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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