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만 먹어도 손톱은 잘 자랐다.
내 영양은 말 그대로 손톱만큼 쓰이고, 나머지는 모두 아랫배에 고이 간직되는 모양이다.
오늘 아침에는 누룽지를 먹기로 한다. (누룽지는 절대 사지 않고 직접 만듦)
원래 뜨거운 국물음식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이 여름에 누룽지가 먹고 싶은 건 스스로도 어이가 없다.
만들어 둔 마른 누룽지를 한 주먹 꺼내 물을 부어 불린 후 푸욱 끓인다.
덜 퍼져서 치아에 들러붙는 누룽지는 진정한 누룽지가 아니다.
누룽지가 끓는 사이 양상추, 토마토, 노란 파프리카로 샐러드 준비.
냉장고에 있는 대로 담고 보니 의도치 않게 신호등 컨셉이다.
채소를 많이많이, 과일은 적당, 무엇보다 탄수화물을 적게.
하지만 이보다 더 어떻게 줄여?
그 넘의 중성지방이 왜 높을까 실로 모르겠는 내 식생활인데.
간혹 먹는 면과, 그보다는 살짝 자주 먹는 빵이지만 그 양은 뭐 대단하지 않다.
하긴, 중년들의 공통 의문점 "왜 먹는 것도 없는데 살이 찌지요?"를 나도 되풀이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찌되었건 내 몸이라는 공장, 내 신진대사엔 그것도 많은 양이니까 수치가 오르는 거다.
에잇, 부실한 몸땡이 같으니.
누룽지엔 깍두기가 제격이지만 없다.
누룽지와 샐러드,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천천히, 입천장을 보호하며 먹는다.
뜨겁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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