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월이 거의 끝나가던 어느 날, 카톡으로 누군가의 부고가 왔다.
부고의 주인공은 모르는 이름이었고 얼굴도 처음 보는 남자였다.
어, 이 사람이 누구지, 잘못 왔나?
중얼거리던 순간, 나는 머리를 때려 맞은 듯했다.
그의 이름에서 익숙한 닉네임을 유추해 낸 나는 잠시 멍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는 daum시절부터 오랜 블로그 친구였다.
어쩐지 최근 글을 올리지 않더라니, 어디가 아프셨나, 어디가 아프셨구나....
그래도 그렇지, 이럴 수가.
나는 그를 알만한 지인들에게 카톡을 날려 진위를 확인하였다.
모두 부고를 받았고 마음 아파하는 중이었다.
다시 부고를 열어 그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한 번도 뵌 적 없었지만 짐작처럼 선하고 단정한 얼굴이었다.
그의 글과 같았다.
#2
daum블로그에서 소통하던 이웃들 중 티스토리로 함께 이전한 블로그는 대략 반쯤이었다.
낄낄거리던 그 수많은 댓글과, 이전하지 않는 편을 선택한 친구들 손을, 헛헛하게 놓아야 했다.
티스토리로 옮긴 후 이산가족 찾듯이 친구들을 만나 구독으로 등록했더니 23명(명이 맞나?)이었다.
말이 23이지 데이터 보존의 의미로 이전했을 뿐 바위처럼 침묵하는 이가 10명도 넘었다.
실제 활동 중인 익숙한 블로거는 얼마 되지 않았고, 나는 갈 곳이 없어 빙빙 돌기 일쑤였다.
내가 가는 블로그는 대부분 너무도 한적해서, 구독자 2-5명인 방이 많다.
심지어 구독자 1의 경우도 두엇 있는데, 그 말은 그 1이 바로 나라는 뜻이다.
나의 확장력. 사교성 없음이 이 공간에서도 여지없어서, 첫인사를 나누고 첫 댓글을 달기까지는 오래 걸린다.
깊은 자아반성을 한 결과, 블로그를 접지 않을 바에는 이래서는 점점 흥미가 사라질 것이란 결론을 내었다.
그리하여, 시선과 성향이 마음에 와닿는 블로그를 의욕적으로 찾아내고 구독을 체크하였다.
1년이 지난 요즘은 찾아가는 블로그가 꽤 늘었다.
비록 아직 몰래 구독만 하는 '나 혼자 이웃'이지만.
#4
이른 은행나무는 벌써 색이 변하고, 이제 여름이 떠나는 중이다.
오늘도 블로그 순례를 하며 습관처럼 그의 방을 들여다본다.
본 적 없어도 오래 글을 나누었으니 어찌 친구가 아니라 할 것인가.
가을산 같던 분, 부디 편안하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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