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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짧은 생각

by 愛야 2006. 12. 15.

 
잠 안와서 눈 튀어나온 뇨자.2006년 12월 14일. 

#1. 두통
 
며칠 째 머리가 둔하게 아프다. 머릿속에 망치가 있어 슬쩍슬쩍 건드리는 듯하다. 감기 몸살기운이 있나 보다. 암씨롱을 한 알 먹는다. 진통제는 좀체 안 먹지만, 방송에 나온 의사가 굳이 억지로 고통을 참을 필요는 없으니 못 견디게 아프면 약간의 진통제로 고통을 달래도 좋다고 했다. 대신 감기약은 굳세게 안 먹고 버틴다. 최근엔 감기도 잘 안 걸렸다. 설령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어도 한 이틀 지나면 멀쩡하다. 난 너무 건강한 모양하다. 감기처럼 그렇게 견디면 이틀 후엔 모든 것이 멀쩡하면 좋겠다.

 #. 2. 밤으로 가는 지하철. 
지하세계를 한 시간 동안 날아다녔다. 지하철 1호선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고 다시 2호선으로 환승하여 우리 동네로 왔다. 지하철은 재미가 더럽게도 없다. 어둔 밖과 반대편 사람만을 어색히 보며 한 시간을 견뎠다. 반대편 여자아이가 전화를 한다. 야, 지리만 4등급이고 다 6등급이야, 영어도 6등급이니 내가 머리로 피가 솟아. 입시생인 듯하다. 좁은 통로의 모든 사람들은 그 애가 수능 6등급임을 다 알았다.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 사이 바깥은 완전히 밤이 되어 있었다. 내가 지하 계단 뒤로 두고 간 오후의 끄트머리 햇살은 사라지고 없었다. 겨울의 어둠은 달리기를 잘한다. 

#3. 미드 나이트 설거지
새벽 두시다. 주방으로 나왔다. 아들이 돈까스를 해 먹은 주방은 온갖 도구들이 다 뒹군다. 설거지를 한다. 그 외엔 달리 할 일이 없다. 조용조용히 그릇을 씻어 엎어 놓는다. 잠은 이미 포기했다. 커피를 한 잔 들고 공지영의 "착한 여자"를 펼친다. 착한 여자가 펼쳐진다. 눈이 글자를 읽는다. 머리는 글자를 읽지 못한다. 따라 가지 못하는 머리가 눈을 다시 원위치로 끌어당겨 제자리걸음 시킨다. 젠장....사고하기 게으른 자가 도피한 곳이 책이라고 누군가가 그랬다. 도피하고 싶지만 뇌의 노화현상이 책으로 빠지게 돕지 않는다. 이제는 설거지 같은 단순 육체노동이 더 정신을 단련해 주는 나이가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책을 버리고 사고한다. 

 

온갖 사람들이 외치는 인생에 대한 강의는 바늘끝에서 터져버리는 풍선과 같다. 너덜거리는 잔해는 남을지라도 아무 형체 없는 환상일 뿐이다. 정답은 없고 오답에 대한 감당은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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