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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사람구경

by 愛야 2006. 12. 6.

 

 

 

 

가장 잘 나가는 백화점 뒷마당에 동네 할배들이 따뜻한 볕을 쪼이며 시간을 죽이고 있네요. 생뚱맞은 풍경이군요. 아침 몇 시에 출근하셨는지 점심시간이 지났는데 꿈적도 않으시네요. 밥 차려줄 할멈이 계모임 가셨을까요. 며느리 눈치가 심상찮을지도 모르지요.

 

백화점 드나드는 여자아이들 짧은 치마 나풀거리면 저절로 눈도 따라 움직이시네요, 구경 중에 젤 좋은 구경은 사람구경이지요. 사람 구경으로 치면 여기 백화점만큼 좋은 곳도 드물잖아요. 벤치 있겠다, 바람 막아주는 담벼락 높겠다, 화장실도 깨끗하겠다, 흐흐 배경도 좋으네요.

 

백화점 안을 떠도는 환상과 열기는, 문을 밀며 겨울 공기와 만나는 순간 쨍하고 증발되지요. 신기루 같은 그것을 모두 다 지나왔다는 듯 노인들은 무심히 기우는 해만 가늠하네요. 저도 맞은 편 벤치에서 40분 남는 시간을 때려잡으며 커피를 마시곤 총총히 일어나 갈 길을 갔어요. 할배들은 땅거미가 지기 전에 엉덩이 털었을까요....

 

난 이 다음 여자노인이 되어 절대로 아름다운 젊음의 사진 아래에는 머물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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