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날

천국과 지옥

by 愛야 2006. 11. 28.

 

 

 

근 일주일째 날씨가 꾸물꾸물하다. 비가 시원히 오는 것도 아니고 하늘만 낮게 내려 앉아서 간간히 빗방울이 듣는다. 을씨년스럽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자고 일어나는 상태가 도무지 상쾌하지 않다. 밤 내내 무언가에 부대끼어, 자면서도 깨어있는 기분, 잤으면서 한잠도 안 잔 듯하다. 불안하고 낭패스럽고 기분나쁜 꿈을 계속 꾸었다. 하지만 의식이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이미 망각의 커튼 속으로 내용은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단지 불유쾌하고 불안한 심정만 증거처럼 남겨졌다.

 

 

나는 꿈, 특히 기억나는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이다. 영험하게 맞아 떨어지는 꿈은 물론 한번도 없다. 영혼이 맑은 자가 꿈도 명징하게 잘 꾼다더니 그 말이 맞는 모양이다.시간에 쫓기고 시계를 잘못 보는 낭패한 꿈, 월요일인데 일요일로 착각한 꿈, 이런 것은 직업병에 속한다 치자. 하지만 이틀 전 꾼 꿈은 도대체 깨고 나서도 황당하여, 드물게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집에 손님들이 왔다. 두세 명쯤으로 기억된다. 손님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상당히 조심스럽고 깍듯한 것으로 보아 지인은 아니고 처음 만나는 분위기였다. 다과상을 차려내고 어색한 가운데 대화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만 내가 해서는 안될 짓을 한 것이었다.

 

방귀를 , 그것도 세 번이나 큰 소리로 뀐 것이었다. 이럴 수가.... 도저히 시치미를 뗄래야 뗄 수도 없이 명명백백한 음향으로 저질러진 테러였다. 자수를 할 수도 모르는 척할 수도 없었던 꿈속에서의 그 당황함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미어진다. 이젠 우아떨기는 다 글렀다, 아 이 *망신을 우찌할꼬, 표정수습을 못해 낭패스럽기 짝이 없던 절망의 순간에 서서히 잠이 깨였다. 우와아...꿈이었다. 나는 내 방에서 백설아줌마처럼 자고 있었고 다과상도 손님도 사라졌다. 우와!!! 천국이 따로 없었다.

 

천국. 진저리 치던 내 현실이 천국으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방귀 뀐 꿈 덕분이었다.물론 달콤 황홀한 꿈이었다면 상황은 완존히 정반대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꿈이란 깨기 마련이 아니던가. 지옥 같은 꿈에서 천국으로 돌아오는 게 백 번 낫지 천국 같은 꿈 암만 꾸어봤자 결국에는 깨어날 것을. 더 허망히 깨어날 것을.

 

그나저나 그 꿈은 도대체 어떻게 해몽해야 할지, 해몽이나 될지, 독두님 오시면 말씀해 주실려나.

 

 

 

 

'그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동규의 시  (0) 2006.12.11
사람구경  (0) 2006.12.06
웃어도 될까요.  (0) 2006.11.11
모기에게 고함  (0) 2006.11.06
작년과 같은 하루  (0) 2006.10.3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