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부 동네에선 자신의 집에서 사는 것만으로 한 달 혹은 일 년 사이 재산이 일 억씩 오른다고 부동산 뉴스가 말한다.
일억. 쉽다.
이젠 누구나 일억을 예사롭게 말한다.
골목 전봇대에도 일억이 나부낀다.
대궐 같은 집은 어떤지 알 수 없다.
더 이상 친절한 설명은 없다.
그저 대궐 같다고만 한다.
이상하다.
일억 삼천보다 일억이 더 큰 숫자처럼 느껴진다.
일억 뒤에 다른 숫자가 붙어 구체화되니 현실적 금액인 듯하고, 그냥 일억이라 하니 허황된 숫자 같다.
결코 닿을 수 없는, 내가 아는 가장 큰 숫자의 상징이 된다.
전세금 일억을 주고 대궐 같은 집에서 무수리로 살 것인가.
아니면 대궐 문간방 같은 집을 사서 주인이 되어 살 것인가.
고민하던 끝에, 일억이 아직 없다는 간단한 진리 앞에서 잠시 웃으니 아, 정말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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