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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고독한 붕어빵

by 愛야 2006. 12. 20.


나는 붕어빵을 좋아합니다. 겨울이 좋은 구체적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국화빵보다는 붕어빵이 좋습니다. 훨씬 더 바삭하거든요. 바싹 구워진 지느러미나 꼬리부분부터 떼어 먹습니다. 붕어빵은 금새 먹어야 합니다. 봉지에 담아 몇 발자국 가지 않아 따뜻한 김에 늘어지는 붕어의 몸뚱이를 느낍니다. 그러면 마음이 조급하답니다. 이 나이에 길에서 붕어빵 먹을 순 없다는 알량한 체면 때문에 말입니다. 

참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붕어빵이나 군고구마는 남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사 주어야 더 맛있습니다. 나를 위해 내가 사면 어쩐지 서럽습니다. 고 달콤하고 따뜻한 것을 먹는 평화와 행복을 사랑하는 이에게서 건네 받고 싶은 게지요.
아들에게 가끔, 허나 붕어빵 좀 사 도라 합니다. 아들은 붕어빵에 든 팥앙금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즐기지 않으니 붕어빵 장수 앞에서 발걸음 멈추는 일이 없지요. 붕어빵 좋아라 하는 엄마가 문득 떠오르지도 않나 봅니다. 아들이 어렸을 땐 만화가게 다녀 오며 남은 잔돈으로 붕어빵 두어 개를 사서 식을까봐 헉헉 달려오기도 하더니 맘이 변했습니다.

오늘 드디어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붕어빵을 샀습니다. 서럽게도 나 먹으려고 천 원어치 샀습니다. 4개를 받았습니다. 온기를 손바닥으로 만지며 빨리 왔지만 이미 붕어는 사망 직전이었습니다. 커피를 말갛게 타서 붕어빵을 먹었습니다.
사실은 혼자 천 원어치 4개를 다 못 먹습니다. 2개가 양입니다. 아마 나눠먹을 누군가가 필요해서 괜히 사랑하는 사람이 사 주어야 한다고 했나 봅니다. 흥, 오늘은 혼자 다 먹었습니다. 추억처럼 팥알이 톡톡 터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없이도 붕어빵은 먹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필요 없습니다. 목도..... 안 메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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