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 속의 연서
서대경
요 며칠 인적 드문 날들 계속 되었습니다. 골목은 고요하고 한없이 맑고 찬 갈림길이 이리저리 패여 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걷다가 지치면 문득 서서 당신의 침묵을 듣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내게 남긴 유일한 흔적입니다.
병을 앓고 난 뒤의 무한한 시야, 이마가 마르는 소리를 들으며 깊이깊이 패인 두 눈을 들면 허공으로 한 줄기
비행운飛行雲이 그어져 갑니다. 사방으로 바람이 걸어옵니다. 아아 당신, 길들이 저마다 아득한 얼음 냄새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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