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하는 구름>
ㅡ김은경
저녁 일곱시가 좋아, 천변에서의 줄넘기는
약간 무거워진 구름
싫어도 돌아오는 새들
핸드백 속 무지개 폭죽들
휘파람을 불지 않아도 좋아
같은 오늘이 흘러간 걸
머리 위로 힘차게
넘길 수 없는 게 없어
비가 새는 얼굴들도 가뿐한
연기 같은 거였지
내가 읽든 네가 못 읽든
미끄러짐을 가장하여 넘어질 테지만
하낫둘셋 가지 많은 나무들을
연애를
너라는 늙은 묘혈墓穴
전대미문의 서른 살을
넘기고 부수고
나는 읽고 또 읽고
통통, 튀어 오르면
슬픔 따윈 몰라!
줄 댈 곳 없는 나를 세상에 넘겨도
나는 총구
어두워지는 지평선 끝에서
한 번 더 탕탕,
발작하는
김은경 시인
1976년 경북 고령 출생. 2000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불량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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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과 함께 김 빠진 소주 몇 잔으로 입술만 축였는데 드라마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알콜이 피곤과 만나면 원치 않게 효과적이다.
잠 속까지 따라와 왕왕거리는 텔레비젼 소리.
덕분에 새벽 3시에 잠이 깨는 쾌거를 이루었다.
왼어깨의 오십견은 자고나면 바보 헤어스타일을 선사한다.
밤새도록 오른쪽으로만 눌린 머리가 불쑥 솟구쳐 멍청해 보인다.
수줍게 영구 누나임을 고백해도 될 정도다.
아깝지만 내 어깨을 나이에 대한 제물로 바치리.
다만 왼쪽으로도 돌아눕고 시퍼잉.
머
봄이 왔다고 해도 짜릿한 행복감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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