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의 詩

<발작하는 구름> 김은경

by 愛야 2015. 3. 9.

 

 

 

 

      <발작하는 구름> 

 

                     ㅡ김은경

 


저녁 일곱시가 좋아, 천변에서의 줄넘기는

 

약간 무거워진 구름

싫어도 돌아오는 새들

핸드백 속 무지개 폭죽들

 

휘파람을 불지 않아도 좋아

같은 오늘이 흘러간 걸

머리 위로 힘차게

 

넘길 수 없는 게 없어

비가 새는 얼굴들도 가뿐한

연기 같은 거였지

 

내가 읽든 네가 못 읽든

미끄러짐을 가장하여 넘어질 테지만

하낫둘셋 가지 많은 나무들을

 

연애를

너라는 늙은 묘혈墓穴

전대미문의 서른 살을

넘기고 부수고

나는 읽고 또 읽고

 

통통, 튀어 오르면

슬픔 따윈 몰라!

줄 댈 곳 없는 나를 세상에 넘겨도

나는 총구

어두워지는 지평선 끝에서

한 번 더 탕탕,

발작하는

 

 

 

김은경 시인

1976년 경북 고령 출생. 2000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불량젤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저녁밥과 함께 김 빠진 소주 몇 잔으로 입술만 축였는데 드라마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알콜이 피곤과 만나면 원치 않게 효과적이다.

잠 속까지 따라와 왕왕거리는 텔레비젼 소리.

덕분에 새벽 3시에 잠이 깨는 쾌거를 이루었다.

 

왼어깨의 오십견은 자고나면 바보 헤어스타일을 선사한다.

밤새도록 오른쪽으로만 눌린 머리가 불쑥 솟구쳐 멍청해 보인다.

수줍게 영구 누나임을 고백해도 될 정도다.

아깝지만 내 어깨을 나이에 대한 제물로 바치리.

다만 왼쪽으로도 돌아눕고 시퍼잉.

 

봄이 왔다고 해도 짜릿한 행복감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남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무 아픈 사랑 ㅡ 류근  (0) 2015.09.22
안현미, <사랑도 없이>  (0) 2015.07.01
유병록 <구겨지고 나서야>  (0) 2014.03.26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ㅡ김수영  (0) 2014.01.10
공백이 뚜렷하다 - 문인수  (0) 2013.12.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