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녀를 다시 보았다.
옆집 아저씨가 119에 실려 가던 아침이었다.
두런거리는 여러 사람의 소리, 힘이 이쪽저쪽 쏠리는 듯한 불규칙한 발소리가 계단을 우르르 내려갔다.
깨어 있던, 아니 밤새 잠들지 못했던 나는 베란다로 나가 밖을 내다보았다.
놀랍게도 사이렌 소리도 없이 119 구급차가 도착해 있고, 팬티만 입은 옆집 아저씨가 들것에 대자로 누워 있었다.
옆집 아저씨가 그렇게 키가 컸는지 아래를 내려다보며 처음 알았다.
구급차는 뒤따라 나온 옆집 큰아들을 보호자로 태우고 조용히 떠났다.
왜 쓰러졌는지, 아저씨가 무사한지, 그 뒤의 내용은 내가 알 수 없었다.
유일하게 안면 있는 40대 큰아들에게 구급차에 실려가는 댁의 아버지를 목격했는데 죽지 않고 살아 계시냐고 묻기엔 나는 서먹한 이웃이었다.
그날 그때, 담너머 골목에서 그녀가 동시에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말하자면, 내려다보던 내 시야에 들것에 실려 나온 아저씨와 그녀가 함께 들어온 것이다.
같은 장면 프레임 속에 두 주인공을 보는 기분이랄까.
구급차가 떠나고, 나는 남은 그녀를 찬찬히 내려다보았다.
내가 보지 못했던 그동안의 수많은 모닝 끽연이 거기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배려하거나 피하지 않고 대놓고 보았다.
그녀가 돌아서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동네 골목에서 종종 담배를 피우는 건 이웃의 눈을 개의치 않겠다는 허락이니까.
그녀는 지난여름보다 짧아진 단발머리에 이번에는 작은 손가방을 어깨에 걸고 있었다.
담을 등지고 담배를 급히 피우는 그녀의 모습이 다부져 보였던 것은 특유의 자세 때문이었다.
어깨너비로 두 발을 벌리고, 왼발에 무게를 좀 더 실은, 딱 버티고 선 듯한.
만약 그녀가 뒤통수에 시선을 느껴 휙 올려본다 해도 나는 무심히 마주 봐야지 그런 유치한 결심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돌아선 채 담배를 다 피웠다.
아아, 그리고 꽁초를 땅바닥에 툭 던져 버렸다.
이 대목에서 나는 그녀의 뒤통수를 갈겼다.
야야~! 길바닥에 자기 쓰레기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잉간은 저도 쓰레기야!
손가방이나 담뱃갑에 꽁초를 넣어 갔더라면, 나는 그녀를 계속 멜로로 만들며 시나리오 썼을 거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낭만 주인공이 될 기회를 걷어찼다.
나는 더 이상 이른 아침 골목길에서 담배를 급히 피워야 하는 그녀의 사연을 포장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그냥 니코틴과 친한 평범한 흡연자일 뿐 굳이 사연 따위는 없다.
실망한 동네 아지매가 창을 닫고 돌아서든 말든 그녀는 총총 일터로 가버리면 되는 것이다.
22년産 홍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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