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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들의 생일

by 愛야 2005. 7. 17.

7월 17일.

오늘은 제헌절이다.

아들의 생일이기도 하다.

아들 생일을 위해 나라에서 전국적으로 국기도 달고 하루 쉬게도 해 준다.

이 모친은 정말 절묘한 타이밍으로  아들을 탄생시켰건만 쉐끼...그래도 별 고마와 하는 기색도 없다.

 

아이를 낳고 입원해 있던 3박 4일동안 참 행복했다.

사랑이니, 행복이니, 이런 감정에 대해 다소 냉소적인 나지만, 그때만큼은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존재를 알리느라 목청 높혀 울어대는 신생아 아들을 품에 안은 순간부터, 온 마음이 꽉 찬 듯한, 남 못한 일을 오직 나만 해 낸 듯한 충일함이 있었다.

....라고 아들에게 고백했더니

"음, 그때<만> 행복했고 그 이후로는 내가 미웠다는 거지?"한다. 

저도 요즘 밉상 떨었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2.75kg의 아들은  병치레하느라 나를 많이 고생시켰다.

신생아 패혈증(지금 생각해도 무서운...), 장염, 폐렴 수차례, 초등 입학 전까지 입원만도 6번 정도니 말해 무엇하리.

하지만 다 내 탓이질 않은가.

내가 저체중으로 낳았고, 내가  한 방울의 모유도 못 먹였으니.

요즘은 감기도 안 걸리는 활발산만하기 짝이 없는 15살 , 말 안 듣는 중 2학년이 되었다.

 

저녁에 둘이 노래방 가자고 조른다.

시험을 못 쳐 실망시킨 주제에 염치는 멀리 우주로 보냈다. 

지 생일이 뭐라고....ㅎㅎ

하기는, 나를 살아가게 하는 채찍은 바로 아들임에 분명하다.

뜨거운 저 바깥세상으로 얼마든지 겁없이 선듯 나아가게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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