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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더위

by 愛야 2005. 7. 20.

 

 

더위를 무지 타는 나.

여름 한철 잠깐 죽었다가 깨면 좋겠다.

겨울잠이라는게 있듯이 말이다.

긴 장마가 끝나고 나니 그동안 밀린 몫까지 훅훅 더 덥다.

 

어젠 왜 그리 시간에 비해 능률이 안 오르던지, 집에 돌아온 시간이 9시 넘어 있었다.

아들은 나를 보자마자

"엄마, 스파게티 해 줘" 한다.

아들은 방학 땐 유난히 스파게티를 자주 청한다.

잠깐 누워 기절한 척해도 안 통한다.

에잇, 벌떡 일어나 후다닥 한 접시 해 준다.

녀석은 내 얼굴만 보면 엄마, 밥 줘!다.

"넌 내가 식당 아줌마로 보이냐"

아들은 웃는다.

그 덕분에 1년새 10센치 넘게 자랐다.

 

이 집에 이사 와서 처음 맞는 여름이다.

남향이라 집은 시원하다.

앞 뒤 베란다 창문을 마주 열어두면 바람이 지나가느라 책갈피가 펄럭인다...

에어컨은 없다.

앞으로도 살 생각은 없다.

전기세 무서워서 잘 켜지도 못함은 물론이거니와 에어컨의 그 살을 쓰리는 듯한 냉기도 달갑진 않다.

얼마 안 가 두통도 온다.

선풍기도 어지간히 더워야 튼다.

남보다 땀은 더 흘리는 주제에도 말이다.

 

에어컨 있는 집들도 거의 접대용으로, 아니면 더워 돌아가실 정도의 한낮에만 잠깐 켜는 걸로 안다.

물론 일반 평민들 경우다.

에어컨은 거실 귀퉁이에 일년을 우두커니 서 있다가 잠시 임무를 수행한 후 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우두커니다.

그걸 왜 사나.

백화점, 마트 , 지하철, 자동차, 버스, 병원, 하다못해 한 평 반 구멍가게도 다 에어컨인데.

돌아와서 쉬는 내 집만은 자연풍으로 살자 싶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아, 지난 겨울엔 되게 추웠다.

너무 오래된 아파트라 추위는 감수해야 한다.

 

지친 덕분일까, 지난 밤 나는 그 열대야에도 깊이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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