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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림자 앞에 쪼그리고

by 愛야 2006. 7. 22.

 

 

 

영원한 것은 없다.

변하지 않고 끝나지 않는 세상사는 없다.

비도 이름처럼 장마였을 뿐 결국엔 그치고 해가 나왔다.

 

해가 나니 그림자도 생긴다.

그림자란 햇살의 배다른 이름임을 우중에 잊고 살았다.

니가 있어 내가 보인다.

아닌가.

내가 있어 니를 가진다해도 상관없다.

등이 붙은 샴이다.

 

호야.

멜라닌 색소가 결핍된 창백한 이파리 곁, 이번엔 분홍빛 잎이 세 장 나온다.

흰 잎은 비집고 나온 지 두 달이 넘도록 초록의 변신을 모른다.

호야는 작은 화분 안에서 초록, 흰, 분홍으로 자유롭다.

삶의 다양성이다.

그러나 화분 안이다.

호야의 우주는 그것이 다다.

 

호야는 모르지만 그 우주는 내가 심었다.

틀이 없는 것은 없다.

내가 모를 뿐.

자유와 다양함을 즐기는 듯하나 틀 안에서다.

우주의 틀, 나이의 틀, 계절의 틀, 인식의 틀, 윤리의 틀, 가면의 틀, 돈의 틀, 유한함의 틀.

 

유한함.

역시 오늘밤부터 다시 비가 온다고 한다.

간만에 온 햇살도 목숨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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