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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보름날 밤바다

by 愛야 2006. 10. 7.

 

 

달달 둥근달은 어디어디 뜨냐면 동산위에 뜹니다.

노래엔 언제나 동산 위로 달이 뜹니다.

해운대에는 달맞이 고개가 있지만

우리 동네엔 달 뜰 만한 동산이 아직 마련 안 되어서 그냥 바다에 뜹니다.

사실은 바다에 달이 당도해 있으면 그제야 보러 갑니다.

 

보통날에는 바다에 가면 바다만 봅니다.

바다밖에 볼 마음이 없으므로 하염없이 바다만 보다 옵니다.

하지만 추석날은 좀 달라야겠기에

바다에 가자마자 목고개를 휘까닥 꺾어 하늘을 봅니다.

 

 

추석달이 창백하게 하늘에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달 똥구멍에다 폭죽을 쏘아 대고

광안 대교의 레이저 불빛도 달을 건드리려고 용을 씁니다.

참 파도가 높았습니다.

 

 

 

 

달도 바다도 버려두고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행복하게 떠들고 있었습니다.

7080 라이브 카페에선 통키타가 대목을 만나는 중입니다.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길 위를 흘러갑니다.

유리창 안과 밖에서 서로를 구경합니다.

 

 

 

GUESS WHO?

흐이구, 니가 압니까 내가 압니까.

대체 오늘이 명절이기나 한지 저 달도 의심스러울 겁니다.

 

밤바다는, 달빛 무심한 밤바다는, 오늘따라 흰 파도 높은 밤바다는

우두커니 마주선 나에게 말하네요.

그만하면 성공한 추석이다....

더 이상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으니, 편안하기만 한 썩 괜찮은 추석이다...하구요.

 

젖은 모래가 불빛에 금빛으로 반짝인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반짝거리는 내 마음이 다들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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