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네
늦은 11월, 식물들은 가장 작은 부피로 마르기 시작한다. 가을은 극과 극의 계절이 아닌가. 단풍으로, 열매로, 꽃으로, 제가 가진 최고의 순간을 펼쳐 보인 후 수직 강하, 남는 것은 바스러짐. 우리는 그들의 풍성함만 칭송한다. 꽃 특히 장미를 사면 그 생명이 미처 다하기도 전에 거꾸로 매달곤 했다. 완전히 시들어 버리면 예쁘게 마르지 않기 때문이다. 꽃잎에 아직 꼿꼿한 힘이 있고, 세포에 물기가 남아있을 때가 딱 좋았다. 꽃은 자신이 가진 수분을 내주면서 다른 색으로 옮겨 갔다. 검어진 빨강, 창백해진 분홍, 바랜 노랑. 말라가며 드러나는 얼룩, 빳빳하게 저항하는 몸체, 그것을 보려고 꽃을 목매달았다. 아름다웠다, 꽃값을 셈하며 지갑을 만지작거리는 시간이 길어지기 전까지는. 이젠 장미를 말리기는커녕 사..
2014.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