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30
날씨가 계속 궂고 쌀쌀해서 오한이 난다.
잠깐 외출했을 뿐인데, 손과 발은 물론 무릎까지 싸늘하다 못해 얼음이다.
무릎의 피부색이 얼룩덜룩하고, 깍지 껴 본 손가락은 죽은 나뭇가지 같다.
뜨거운 차를 마신 후, 저녁밥을 먹는다.
펄펄 끓인 국과 따끈한 밥을 먹었지만, 온몸의 냉동상태가 풀리지 않는다.
두꺼운 패딩 조끼를 입고 달린 후드까지 쓴다.
방안에서 후드를 쓴 장면이 내 인생에 등장할 줄이야.
후드를 쓴 그대로 이불을 덮고 누웠다.
지친 듯 잠이 온다.
1시간쯤 까무룩 자고 깬다.
아, 쪼그라들었던 세포가 따뜻해져 있다.
폭신하게 잘 부푼 카스테라처럼 그제서야 몸이 편안하다.
얼굴은 촌년처럼 발갛게 달아올라 있다.
산 사람으로 돌아왔다.
이른 봄, 싫다.
2017. 4. 1
네이버 블로그를 삭제한다.
8년 전 애초의 의도는 잡다한 자료 저장의 창고였다.
하지만 간소함이 꼭 물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잊은 사이버 공간, 아이디, 비밀번호, 하나씩 털어 버린다.
살면서 번져나간 수많은 관계.
휴대폰 네이버 메모장에 들어갈 수가 없다.
나는 분명 '블로그'만 날렸는데 왜 휴대폰 메모장이 안 열리지?
네이버 계정 통째 날아갔나?
pc와 휴대폰 앱은 별개 아닌가?
흠, 안 된다면 다시 만들어 주지, 이젠 정말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2017. 4. 3
휘지다: 무엇에 시달려 기운이 빠지거나 쇠약해지다. [자]
최근에 안 단어다.
소설을 읽다 보았는데, 문맥으로 뜻은 알았으나 표준어인지 궁금하여 검색했다.
단어를 새로 알았으니 책 읽은 보람이 충분하다.
어리둥절한 일은,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에서 이 단어가 틀렸다고 나온다.
검사기는 '휘어지다'를 대치어로 제시한다.
'휘어지다'는 그러나 엄연히 다른 단어이다.
종종 검사기는 단어와 문장을 기계적으로만 분석해서 택도 없는 교정을 내놓기도 한다.
그럴 때는 무시하면 된다.
그런데 이 경우는 그게 아니다.
달랑 단어 하나이므로 문맥상 잘못 분석하고 말고가 없다.
검사기에 이 단어가 베이스로 깔려있지 않은 게 분명하다.
그럼 표준어가 아니란 말인가?
알아볼 일이다.
쓸데없이 불타는 의욕.
ㅡ이것은 '휘어지다'.
나무 이름 제보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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