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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러記

끝 부스러記 11

by 愛야 2018. 12. 30.


2018. 12. 1

한해가 다 가고 기어코 마지막 달이 왔다.

진부한 표현이긴 하나, 개띠 새해 인사한 것이 정말 엊그제 같다.


2018. 12. 7

시장 곁에 성당이 있다.

물론 나는 특정 종교가 없는 무심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우리들 영역 밖의 일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저녁 8시, 성당 마당으로 들어간다.

성모상이 마당 가에 서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주변을 전구로 반짝반짝 장식해 한결 따뜻해 보인다.


감사합니다.

기도하는 법도 모르는 사람입니다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가족 모두 무탈하고 웃음을 주시어 감사합니다.


어쩌면 그 자리에 불상이 있었다면 부처에게 머리 숙였을지도 모른다.

대상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진심의 내 마음이 중요하였다.


2018. 12. 18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12월도 중순인데 아직 새해 달력이 없다.

역시 달력은 농협 달력이지, 가까운 지점에 갔더니 출입문에 아예 <달력없음>이라고 붙여놓았다.

한발 늦었다.

인기 있는 농협 달력은 매해 12월 초에 바닥이 나는 줄 알면서도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

밧뜨, 농협은행이 몇 개나 주변에 널려 있다는 사실!

마트도 갈 겸 다른 농협에 갔다.

마감 시간이라 창구가 텅 비었고 여직원 둘이 대화 중이었다.

살째기 다가가 혹시 달력... 남았을까여? 하였더니 없단다.

탁상용도 (더) 좋은데요, 했더니 그럼 이거라도 드릴까요 한다.

농협 옆 자동차 대리점 딜러가 뿌린 현대자동차 탁상 달력이다.

흔쾌히 받으며 그 직원과 둘이 쿡쿡 웃었다.

농협은행에서 현대자동차 달력을 주고받는 상황이 웃겨서다. 

웬 넙적한 아저씨의 얼굴이 달력 상단에 박혀 있었다.

앞으로 1년간 뵐 분인데, 깊어진 노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게 다행이다.


2018. 12. 26

국가건강검진을 하였다.  

재작년엔 한 차례 걸렀다.

4년 전 처음 수면 위내시경을 할 때 의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블랙아웃의 순간이 몹시 싫었었다.

그래서 검진 예약을 해놓고는 두려워 혼자 쫄았다.

그런데 그동안 의료기술이 발전했는지 이번에는 부드럽게 스르륵 눈이 감겨버렸다.

수면으로 자연스럽게 갔다가 빨리 눈을 떴으며 어지러움도 거의 없었다.

흠, 이만하면 앞으로 안 무서워해도 되겠다.

하지만 이젠 더이상 몸의 병을 발굴(!)하고 싶지 않다.


2018. 12. 30

역시 진부하지만 소중하기도 한 인사, 한해 저와 친구해 주신 여러분들 감사했습니다.

새해는 돼지띠랍니다.

개띠보다는 기분학상 훨씬 낫습니다.

부디 모두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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