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145 낮 ㅡ카페에서. 창을 찍으려 했는데 음.... 사람이 묻어 찍혔음. 창은 언제나 정답이다. 창너머 시선 닿는 그곳이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이리. 백 년이 다 되어가는 건물의 창에 앉아 가차 없이 쏟아지는 여름 햇살을 바라보는 망연자실. 문득 깨어나듯 저 현실의 거리로 발 딛다. 오랜 과거는 감옥 같은 벽돌 카페에 남겨둘 것. 백 년 건물의 맞은편에는 낮은 처마 보리밥집과 국시가게 몇. 가난한 입맛들의 오종종한 도열. 2017. 5. 29. 테러 공원에 유채꽃이 환하게 피었다. 유채는 집단적으로 피어 일렁이며, 그 색채부터가 눈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든다. 채도의 절정.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는다. 더 많이, 더 이쁘게 담으려 했으나 잠시 후 분연히 일어선다. 아, 이 무슨 고색창연한 고향의 냄새람? 천연비료를 뿌렸나? 유채밭.. 2017. 4. 12. 일 년만의 목련 작년, 또 그 이전의 봄에 그랬듯 목련이 피었다. 공원 한 귀퉁이가 환했다. 그러나 며칠 만에 재빠르게 떨어진다. 올해는 꽃이 좋지 않다. 갈색 점박이들이 군데군데 많았다. 봄마다 그랬던 것처럼, 목련 사진은 실패했다. 우우 피는 커다란 흰 꽃이 모니터에서는 의도만큼 아름답지 않았.. 2017. 3. 19. 매화란 것들 해마다 엄동설한에 핀다, 홍매화 두 그루. 선조들이 절개의 상징이라 했으니 추위를 버티는 절개는 있는지 몰라도 기다리는 뭉근함은 없나 보다. 찬바람이나 가시면 필 일이지, 1월에 피었다. 사람들이 나무 가까이 가느라 사방팔방의 잔디를 짓밟아대니 저렇게 줄을 쳐 길을 만들어 주고.. 2017. 2. 9. 꾸벅 연말, 남포동은 과연 남포동이었다. 사람에 떠밀리고 숨 막혀 멀미 날 뻔했다. 하지만 다리를 쉬러 들어간 커피집은 의외로 한산하였다. 옛날에는 "커피는 커피집에서, 빵은 빵집에서"였다. 어느 순간부터 커피집에서 빵도 팔고, 빵집에서 커피도 팔았다. 커피집에서 파는 빵은 세련된 인.. 2016. 12. 27. 동네 단풍 작년보다 단풍이 버석거리고 매말랐다. 가장자리는 오그라들었다. 걸핏하면 비가 왔지만 그건 가을 들어서고 여름 내내 혹독했던 열기와 가뭄 영향인가? 아름다운 가을을 만나려고 산과 들로 떠나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겨우 동네 단풍나무 아래나 어슬렁거린다. 사람 사이를 뚫고다닐 .. 2016. 11. 16. 문학적 고깃집 우리 동네 고깃집이 내 건 약속이다. 가게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 점 부끄럽지 않은 고기를 구워 한 점씩 목으로 넘기고 있었다. 얼핏 본 그 옆집의 간판은 '소사랑'이었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뱃속에 소중히 넣었다가 세포 알알이 지방으로 간직하고 싶겠지. 나도 고기를 굳이 싫어하진 않으나 매캐한 포화 아닌 석쇠 연기 내뿜는 고깃집을 눈물 글썽이며 지나오는데 시인 '동주'에게 슬며시 미안하였다. 이럴 때는 중의적 묘미, 저 '점'이 참 야속햐. 마치 선생님이 비타민 사 먹으라고 주신 값진 돈으로 술 사 먹은 느낌이라. 하긴 뭐든 먹었으면 된 거구나. 2016. 10. 5. 벗기고 싶어 아후....! 뜨거운 양철 지붕의 고양이가 따로 없다. 양철 모자에 부서지는 햇살이 잔인하다. 얼마나 달궈졌을까. 훤칠하고 당당하고 좋은 체격을 가진 그들이 한없이 딱해서 자꾸 돌아보게 되는 이 폭서. 2016. 8. 15. 산책 겁나 덥다. 땀은 무제한 방출되고, 더위를 특히 못 견디는 나는 24시 기진맥진이다. (자면서도 막 피곤함) 익어야 할 곡식과 과일만 아니라면 진심으로 여름을 실종시키고 싶다. 그리운 겨울이여, 나는 그대를 깊이깊이 사랑한단다. 오리들도 살아보겠다고 단체로 나무 그늘에 모여 있다. .. 2016. 7. 29. 이전 1 2 3 4 5 6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