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러記35 부스러記 35, 지배하는 여름 2024. 06. 26. 수요일 맑다. 저녁에 넷플릭스 영화를 보다가 끄고 운동을 나갔다.돌아와 다시 영화를 켜니 졸지에 로그인을 하라는 문구가 T.V. 화면에 뜬다.갑자기 로그인?나는 회원이 아니고 아들 계정에 실쩌기 숟가락 얻은 공유자이니 뭔 로그인?아들에게 구조요청을 하고, 아들의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로 버벅대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화면이 열렸다. 얼마 전 넷플릭스가 주소지 다른 가족의 계정공유를 금지한다는 뉴스 이후로도 별다른 제재 없이 사이트가 열리기에 요금제에 따라 다르나 보다 하면서 잘 봐 왔다.그랬는데, 그저께 KT의 지니 셋톱박스를 새것으로 교체하였더니 넷플릭스도 제로베이스가 되어 다시 로그인이 필요했나 보다.그럼 아까까지 보았던 넷플릭스는 뭐란 말인고 이해가 안 되었지만, 깊이 알 수.. 2024. 8. 28. 부스러記 34, 지난 이야기 2024. 05. 16 목요일로즈마리를 다시 샀다.그것도 큰 폿트를 샀다. 지난번처럼 작은 것을 사서 키우느라 애가 타 아침마다 화분 앞에 쪼그려 앉는 짓 그만하고 싶다.이번에는 시들지 않게 물만 주면서, 곁을 지날 때도 무덤덤하게 휙 스쳐야겠다. 2024. 05. 24 금요일카메라 배터리 충전기를 찾느라 컴퓨터 테이블 왼쪽 서랍을 뒤적일 때였다.어, 이 봉투는 뭐지?무심코 열어보니 오올~, 신세계 상품권!무려 1만 원짜리 5장이다.작년에 휴대폰 요금제 변경을 했다고 통신사에서 보낸 것인데, 장 보러 갈 때 시나브로 사용하고 남아있었던 모양이다.거기 상품권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으니 이만하면 횡재에 속한다.계절 지난 옷 주머니에서 고작 오천 원을 발견해도 기분 째지는데 그 열 배가 아닌가.생.. 2024. 7. 31. 부스러記 33, 그건 아니라고 해 줘 2024. 3. 25. 월. 비와 바람 의료대란으로 전국이 난리다.하필 이런 시기에 2개 科 진료가 예약되어 있는데, 병원으로부터 연기되었다는 안내가 없으니 예정대로 갔다.지방대학병원이라 그런지, 뉴스가 과장되었는지, 의외로 병원은 멀쩡하고 한산했다. 공복으로 아침 일찍 가서 피를 뽑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두어 시간 빈둥거렸다.담당 의사는 피검사 수치가 다 좋으니 지금대로만 유지하라고 했다.그런데 병원사정이 어찌 될지 모른다며 무려 6개월치 약을 처방해 주었다.오후에 만난 다른 科 의사 역시 6개월치를 주었다.하루에 먹는 약이 많다 보니 6개월치는 어마어마하였다.한 가마니의 약을 품고 비비람 뚫으며 집에 오니 무슨 대장정을 마친 기분이다.그날 저녁 뉴스에 내가 간 대학병원 교수들이 사직서를 냈다며 흰 가.. 2024. 5. 24. 부스러記 32, 어쩌다 봄 2024. 1. 26. 금 오랜만에 부평동 깡통시장에 갈 일이 생겼다. 샴푸와 돋보기가 목적인데, 굳이 거기까지 가는 이유는 오늘 하루치 운동으로 퉁치려는 속셈이다. 집 여기저기 널려있는 돋보기를 코에 자국이 덜 생기는 가벼운 재질로 통일하고, 돋수도 한 단계 올려야 한다. 얼마 전, K-총수들을 배경 삼아 어묵먹방을 펼친 대통령 덕에 관광객들이 와글거리지 않을까 염려했으나, 매스컴을 탄 그 어묵가게 앞에만 몇몇 둘러서 있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시장은 적당히 붐비고 적당히 한산했다. 깡통시장이나 국제시장에 갈 때는 마음에 '심드렁'을 장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물욕 많은 여자들에겐 자칫 개미지옥이 되기 십상이다. 돋보기를 먼저 사고 깡통시장 골목 세 개를 훑고 나니 쇼핑은 성공리에(!) 끝났.. 2024. 3. 12. 부스러記 31, 참 같은 거짓 2024. 1. 5. 금요일 새해 들어서서 닷새째 날이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카톡이 울린다. 안경점, 치과, 전자랜드 등등이다. 그들의 용무는 해마다 한결같다. "愛야 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2024. 1. 25. 목요일 북극한파라고 전국이 꽁꽁 얼었다. 이 강추위에 나는 느닷없이 머리카락이 거슬린다. 지난 추석 무렵 아주 짧게 자른 후 그대로 방치하였더니 어느새 헬멧머리가 되었다. 패딩 후드에 닿는 무게가 싫어서 얼마 전 목덜미 부분을 셀프로 잘랐더니 동글뭉툭한 머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꽤 버티다가 전체적인 층을 주어야 해서, 오늘은 미용실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굳이 이런 날씨에...!) 우리 동네에는 작은 골목 미용실이 참 많다. 유행 따르는 젊은 여자들이 아닌 동네 아줌마들을 주.. 2024. 2. 8. 부스러記 30, 겨울준비 2023. 10. 11. 수.폐렴접종을 하였다, 잘 살아 보겠다고.마침내까지는 모르겠고, 당장 지금 이 겨울 잘 살아보겠다고 접종을 하고, 뻐근한 팔을 조심조심 모시며 몸을 누인다. 2023. 10. 16. 월친구와 통화를 하고 나니 한숨이 나왔다.안도와 걱정이 공존하는 한숨이다. 달랑 하나뿐인 친구와는 적어도 한 달에 두어 번은 전화를 하는 편인데, 한 달 넘도록 무소식은 드문 일이었다.추석이 지나도 전화가 없어서 명절 뒤 많이 바쁜가 아니면 몸살이 났나 했다.그랬는데, 추석 며칠 전에 친구의 남편이 쓰러져서 난리도 아닌 상황이었다.겨우 수술 후 남편을 중환자실에 두고 친구는 제정신이 아니라 했다.그럴 것이다.무엇으로도 그녀를 위로하거나 거들어 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친구의 남편은 개.. 2023. 11. 28. 부스러記 29, 살아 있음 2023. 7. 17. 월요일 오늘은 아들의 생일이다. 작년에는 부모님 입원과 간병으로 내가 친정에 가 있었기 때문에, 아들에게 약간의 생일 축하금만 보내고 말았다. 올해는 집에서 생일을 보내게 하고 싶은데, 생일인 오늘 휴가를 떠난다고 한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강원도 평창의 리조트를 예약하여 3박 4일로 간다고 했다. 전국이 비에 빠져 산사태며 침수사고로 난리법석인 터라, 운전해서 대관령 넘는 상상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철렁하였다. 예약을 취소했으면 해서 슬쩍 옆구리를 찔러보니, 비 이야기 좀 그만하란다. (나쁜 놈..!) 청개구리 아들 이기는 방법을 모르니 올해도 역시 생일 축하금을 보내며 휴가비에 보태 쓰라고 했다. 아들은 사양했지만, 집에서 생일상 차릴 비용만큼이니 피차 부담 없는 금액이었다. 자식.. 2023. 9. 22. 부스러記 28, 여름으로 가기 싫어 2023. 4. 22. 토요일 점심 무렵 일치감치 단골 채소가게에 가서 장을 봐 왔다. 이 가게는 늘 사람들로 북적이기 때문에 늦은 오후에 가면 매대가 비기 일쑤였다. 양파, 감자 등을 샀더니 무거워 허덕대며 집에 들어섰는데, 현관에 낯선 운동화가 있다. 내 것 아닌 운동화의 주인이 가볍게 문을 따고 들어왔다면, 바로 그넘이지. "어, 아덜 왔어?" 아들이 방에서 나와 내 장바구니를 받아 들며 기웃이 안을 헤쳐 본다. "뭐 맨 풀떼기만 샀노." "야, 넌 오면 온다고 미리 예고를 해야 장을 봐 오지." 너를 위한 고기는 냉동고에 상시대기 중이라는 말은 안 했다. 내가 부모가 되어서야 깨달은 자식들의 오해 몇 가지가 있다. 본인들은 존재 자체가 선물이어서 부모의 힘을 팍팍 솟게 해 줄 거라는 거. 언제 어.. 2023. 6. 15. 부스러記 27, 새 밥은 새 김치에 2023. 3. 7. 화 믿을 수 없게도 어느새 3월이다. 어제가 경칩이었으니, 개구리도 出世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날씨가 춥고 기복이 심하다. 동네 할무이들 말로는 올해 음력 2월에 윤달이 들어 그렇다고 하니, 윤 2월까지 다 끝나야 날이 따뜻할지. 어쨌거나, 블로그에 노루귀나 복수초 같은 봄 야생화들이 올라오는 것 보니, 곧 꽃으로 세상이 뒤덮이고 말겠지. 2023. 3. 25. 토 이유 없이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우연히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 4 재방송을 보았다. 서바이벌 프로를 잘 안 보는데, 지난 시즌도 보았기에 어 또 하네 싶은 마음에 본다. 역시 클래식은 영원했다.(어떤 곡에서는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노래도 노래거니와, 하나같이 청년들이 우째 그리 멋지고 잘하는지, 감탄스럽다. .. 2023. 4. 18.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