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145 습관이란 버스를 타고 창 밖을 본다. 습관처럼 간판을 훑는다. 자동이다. 한정식집 <참한 손>. 음, 썩 괜찮은 이름이여. <참한 손맛>이라 했다면 식상할 뻔 했어. <천사들의 목간>. 뭐시여, 이것은? 목간통 이름이여? 순식간에 지나가서 자세히 못 봤다. 짧은 목을 힘겹게 돌려 보아도 건물에 가려 안 .. 2007. 10. 2. 가을 오후 길가 남루한 잡초 더미 속에서도 꽃이 핍니다. 먼지 뽀얗게 쓰고도 노랑색으로 핍니다. 자신의 시간이 당도했음을 수줍고 여리게 알립니다. 손톱만큼 작은, 그러나 아무도 막을 자 없습니다. 가을은 기도가 많은 계절이지요. 하느님께 무엇을 주문할까 궁리하다 자러 갑니다. 깊이 잠들게 하소서. 2007. 9. 23. 강쉐이 대기실 애견 센터가 여럿 모여 있는 거리를 오랜만에 지나갔어요. 개 특유의 냄새가 나서 보통땐 부리나케 지나갑니다만 이 날은 좀 할랑할랑 지나갔어요. 시간 여유가 있었기도 했지만 유난히 이쁜 새깽이들이 많았어요. 마침 낮잠 시간인지 얼키고 설켜 디비자고들 있어 사진찍기가 좋았어요. 이 슈나우저 .. 2007. 9. 16. <연인>을 부른다. 비가 먼저 온 9월, 연일 흐리다. 쓸쓸하다. 지난밤 잠들기 직전 마신 카페인 효과는 너무 강력했다. 밤새 온 방을 구불러 댕겼다. 낮을 진통시키지 못한 밤. 다시 낮. 이제 깨어 있기 위해 커피, 그리고 노래를 크게 부른다. 2007. 9. 5. 젖어도 좋아 2007. 7. 17.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바아므을.... 산중턱을 휘돌아 가는 산복도로가 유난히 많은 도시다. 산복도로 촘촘히 낡은 집, 새 집, 서민 아파트, 고층 아파트 마구 뒤섞여 불을 밝히는 도시다. 지상에서 올려다 보면 그러나 공평하게 따스한 불빛이다. 안개가 자욱한 산복도로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린다. 흐린 날씨 탓에 어둠이 일찍 찾아와 아.. 2007. 7. 9. 사랑의 방법 지난 주말 친정에 갔다. 아버지는 나에게 엄마 점심을 차려 드려라 하시곤 나가셨다. 모처럼 엄마 곁을 지킬 막내딸이 있으니 마음 놓고 나가신다. 점심으로 보신탕을 한 그릇 하러 가신단다. 사우나도 하고 오신단다. 그러세요, 아부지. 염려 말고 댕겨 오세요. 엄마의 식탁을 차린다. 밥.. 2007. 5. 16. 그녀의 꿈 나는 이번 설에 시댁 안 갔어. 뭐긴 뭐겠어,신랑이 미워서 그렇지. 생각하니 괘씸하잖아. 필요할 때만 마누라고 큰며느리냐 말이야. 지가 날 마누라라고 생각하면 이리 무관심할 수 있어? 아주 얄미워 죽겠는 인간이야. ㅡ그녀는 남이 듣건 말건 스스로 흥분하여 언성이 높다. 띵똥 벨소리.. 2007. 3. 9. 벗기는 재미 남자와 여자는 길 건너 펭귄제과점으로 들어갔다. 한여름의 오후,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뭐 드실래요?" 종업원이 물었다. "빙수." 여자가 말하자 남자가 덧붙여 말했다. "팥빙수 둘, 찹쌀떡과 애플 파이 하나씩." 남자는 찹쌀떡을 좋아했다. 애플파이도 남자 몫이다. 여자는 단 것을 아.. 2007. 2. 16. 이전 1 ··· 13 14 15 16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