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59 부스러記 8 2018. 01. 04. 털모자를 눈썹뼈까지 깊게 내려쓴다. 넓은 자외선 차단 마스크를 눈 아래까지 올려 쓴다. 이쯤 되면 눈만 빼꼼 나왔다. 돼쓰...위장 끝. 긴 패딩 코트에 두 손을 찌르고 마트를 향해 걸었다. 저 앞에서 누군가가 허공에 팔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당연히 자세히 안 보았다. 거리가 좁혀졌을 때야 나를 향한 부름과 손짓이라는 걸 알았다. 옛날 이웃 사람인데 나는 늘 저 여자를 못 보고 스치지만, 저 여자는 늘 나를 먼저 알아보고 반갑게 부르곤 했다. 오늘도 그랬다. 시력 나쁜 내가 헐렁헐렁 지나가기 전에 멀리서 팔까지 흔들며 나를 불렀다. 도대체 내가 나임을 우뚜케 알아보았지? 내 눈알을 그 멀리서 무슨 수로 간파했으까? 얼굴을 감싼 이유는 연말에 점, 아니 검버섯을(슬픔...) 뺐기.. 2018. 1. 18. 또 또 새해다. 툭하면 새해다. 올해는 황금 개띠의 해라고 한다. 개띠면 개띠지 황금은 어떤 근거로 붙는지 모르겠다. 말도 백말, 청말 해쌓는데, 다 눈 가리고 아웅하려는 인간의 수작질이다. 가마이 있자, 12년 전에 개에 대해 글 올렸던 기억이 난다. http://blog.daum.net/ykyk3760/6001208 그것은 띠가 한 바퀴 돌 때까지 이 블로그에 눌러앉아 있었다는 말이다. 징징징하다, 참말.....! 졸지에 누룽지가 된 심정. 개에 대한 옛글을 읽어보니 길고 장황하게도 썼다. 늙는다는 건 소진해 가는 것이라, 이젠 할말이 없다. 그러니 이번 개띠에는 인사만 하고 이만 총총. 모두 새해 행복하시길 빕니다. 2018. 1. 3. 붕어빵 별곡 그녀는 억척스러웠다. 일이 호흡처럼 몸에 배어 저절로 일을 향해 손이 나아갔다. 아파트나 병원 청소며 공공 일자리, 공장일 등 몸으로 하는 일은 다 했다. 얼굴과 손은 햇볕에 타서 늘 새까맸다. 남편도 노동으로 평생을 보냈다. 쇳물을 취급하는 기술이 있어 일당도 잘 받는 편이라 했다. 하지만 늘 일감이 있지는 않아 더운 여름철이면 몇 달씩 놀았다. 그럴 때면 놀면서 잔소리만 하는 영감이 미워서 죽겠다고 했다. 그녀는 목청이 유난히 컸다. 경상도 토박이라 곱게 말할 줄 모르고 성질껏 내질렀다. 어느날 그녀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내 왼쪽 귀에는 달팽이관이 없어요, 그래도 잘 들려요. 잘 들린다곤 하지만 남의 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할 때가 있었다. 본인은 작게 말한다고 해도 주변 모든 사람에게 다 .. 2017. 12. 28. 위험한 낙엽 #1 따뜻한 지방이라 좋은 점이 많다. 무엇보다 가을이 길게 간다. 나는 어느 지방의 푸짐한 눈 소식이 더이상 부럽지 않게 되었다. 미국의 산불 뉴스처럼 눈 소식도 해마다 T.V 안에서만 만나는 것이었다. 체감되지 않는, 즉 남의 것인데 탐내 봐야 뭐하나. 대신 주어진 기후나 즐기면 될 일이다. 겨울은 겨울이되 살벌하지 않은 겨울이 좋은 나이가 되었다는 말이다. 낙엽들이 아직 고운 색깔을 가진 채 수북하게 쌓여 있다. 저 핑키한 잎들은 대부분 벚나무인데, 봄에는 꽃으로 황홀하더니 가을 단풍도 곱다. 별 같던 단풍나무 잎들은 지상으로 낙하, 나무 밑둥을 덮었다. 색상 좀 보소. 공원 청소차가 몽땅 쓸어 담기 전까진 아직 가을ing. 바로 그때, 덩치 큰 고양이 한 마리가 느릿느릿 단풍나무 잎이 쌓인 길섶으.. 2017. 12. 10. 겨울 2017. 12. 1. 부스러記 7, 반성문 2017. 11. 27 또!!!! 프라이팬을 사버렸다. 같은 시리즈의 28㎝ 프라이팬과 웍팬. 요리는 고사하고 겨우 1일 1달걀프라이를 위해 팬을 달군다는 사실은 잠시 잊었다. 사용 중인 테팔 팬뿐 아니라, 쓰다 밀쳐둔 2개의 프라이팬과 포장도 풀지 않은 세트도 있다. 향후 몇 년쯤은 새 팬이 굳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또 산 이유는 딱 하나, 이뿌다, 힛. 아무리 품질과 가격이 좋아도 눈이 훅 댕기지 않으면 안 사는 게 나으 기본자세다. (끙....참으로 큰일임) 게다가 설상가상 세일을 20%나 하는데 어찌 안 살 수 있겠냐며, 억지로 당당했으나 사실은 스스로 조금 기가 찼다. 하지만 반전은 있다. 그날 밤, 공교롭게도 한 홈쇼핑에서 프라이팬 세트를 팔고 있었다. 무려 30여만 원의 독일제 명.. 2017. 11. 25. 비밀번호 은행 일을 보기 위해 며칠 만에 컴퓨터를 열었다.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하려는데 어쩐지 비번에 자신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비번 틀리단다. 글타면 이것이 네 것이지? 아니다. 글타면 이것이 네 것이냐? 아니랑께로. 그때서야 기호 하나를 빼먹은 사실이 떠올라 무사히 내 계좌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연이어 daum으로 들어올려니 또 daum 비번이 아니란다. (은행과는 물론 다른 비번) 오늘 이기 뭔 일진이냐. 12년이 넘게 눈 감고도 드나들던 곳인디. 바로 며칠 전에도 댓글을 달았었는데..... 땀 삐질. 비번 바꾸라고 그리 메시지가 떠도 버틴 결과, 가진 비번이 다양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란다. 3번 틀리고 나니 더 복잡한 절차가 생길까봐 자판을 치지 못하겠다. 결국 비번을 다시 .. 2017. 10. 27. 먹는 이야기 #1 먹을 것이 쏟아지는 계절이다. 과일은 물론이거니와 날씨가 싸늘해지니 붕어빵, 군밤까지 등장했다. 오늘 아침 어깨를 웅크리며 지나치던 빵집은 또 어떠했던가. 흘러나온 갓 구운 빵 냄새는 얼마나 따뜻하고 치명적인지. 미처 결심도 하기 전에 이끌리듯 들어가 큰 몽블랑과 치즈 야.. 2017. 10. 15. 구경하는 점심 바람이 선선하지만 한낮의 햇빛은 따갑다. 익고 맛 들어가는 모든 것들을 위한 마무리 햇살이다. 다만, 걷는 자, 특히 더 이상 젊지 않은 여자는 제외하고 말이지. 나는 햇살과 땀을 피해 공원 정자로 올라섰다. 마침 아무도 없어 시원한 마룻바닥에 다리를 쭉 펴고 앉았다. 아고고 곡소리가 절로 난다. 잠시 후 할머니 두 분이 올라선다. 두 분 다 배낭을 불룩하니 지고 있었는데, 한 분은 퉁퉁하고 한 분은 깡마르셨다. 한쪽 귀퉁이에 앉자마자 배낭을 끌렀다. 점심 도시락이었다. 나에게 예의 삼아 한번 권한 후, 머리를 맞대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드시기 시작했다. 퉁: 이거 먹어 봐, 된장에 무쳤어. 깡: 응? 퉁: 이거 먹어 보라고, 된장에 무쳤어. 깡: 으응. 맛있네. 집된장이제? 퉁: 파는 된장하고 섞.. 2017. 9. 29.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