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406 누구얏! #1. 겨울 들어서며 몸무게 3킬로그램을 덜어내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입이 게으르기 때문에 빼자고 마음먹으면 까짓거 언제라도 뺄 수 있다는, 말하자면 나름 자만심이었다. 하지만 아픈 어깨와 추위로 행동범위는 점차 좁아졌고, 무기력의 우물에 빠져 정지모드로 긴 겨울을 지냈다. .. 2015. 6. 11. 꼬리뼈 1.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날 때마다 꼬리뼈가 시큰거리며 아팠다. 포개진 방석 2개를 무색케 한 통증이 잠깐 지속되다 사라지곤 했다. 원시 이후 잊었던 내 꼬리뼈가 거기 버젓이 있었다. 사라진 꼬리에 대한 그리움으로 꼬리뼈는 끈기있게 기다리는 것일까. 인간이 긴긴 지구역사의 도돌이에 굴복하여 다시 네 발로 기게 될 때, 꼬리는 서서히 봉인 해제되어 뼈를 10개쯤 더 복제할지도 모른다. 진화란 사멸하지 않는 한 종결이 없는 법이다. 우주의 관점에서 멈춘 것 같은 우리의 이 시대도 짧디짧은 한 점으로 진행 중이다. 말하자면, 꼬리뼈는 언젠가 부활할 꼬리를 향한 야망이 아니겠는가. 그럴 야망도 아니라면 대체 꼬리뼈는 왜 은밀히 남아있다가 고작 통증으로 존재감을 펼치나, 젠장. 정형외과에 갈 생각을 하니 수줍어진.. 2015. 5. 25. 난 착해졌을 뿐 #1 "야, 니 오백 원 있나?" "아니." "그 정도 돈은 쫌 가꼬 댕기라." "오백 원 머할라꼬." "내려서 $%#@" (마침 버스 안내방송이 나와서 안 들림) 나는 내가 고개를 조금 젖혀 그 녀석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지어 미소까지 은근히 입가에 머금고 말이다! 그것은 그들의 대화에 청중.. 2015. 5. 20. 돌아오는 오늘 #1 며칠 전 뉴스가 나를 웃겼다. (9시는 아니고 이브닝 정도 짧은 시간대였다고 기억) 최근 여성들의 스타킹 색상 매출순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커피색보다 누드스킨(일명 살색)과 검정이 많이 팔린다는 소식 아닌 소식이었다. 세세한 수치까지 보여주다니, 이 난리 정국에 스타킹 밀착.. 2015. 4. 19. 돌아오지 않은 너 통로 건너편 아가씨가 벌떡 일어난 것은 버스가 터미널을 출발하고 겨우 5분이나 되었을까. 20살도 안 되어보이는 앳된 아가씨였다. 아가씨는 기사에게 가서 조심스레 말했지만 뒷좌석까지 다 들렸다. "아저씨, 화장실이 급해서...내려주시면 안될까요?" "어허, 출발 전에 화장실 댕겨왔어.. 2015. 3. 16. 바위 같은 존재 엄마를 간병하신 지 20년만에 엄마의 요양병원 입원을 허락하셨던 아버지는 며칠만에 취소했다. 이유는 엄마 본인이 싫다 했기 때문이란다. 그거야 당연한 반응 아닌가,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말이다. 무엇보다, 두 분을 한시적이라도 분리해야 아버지가 쉬며 추.. 2015. 3. 4. 고등어와 보름달 냉동칸 고등어가 다 떨어졌다. 지난주 아들이 내려왔을 때 무우를 잔뜩 넣고 조렸던 두 마리가 마지막이었다. 어젯밤 환하게 밝던 달이 문득 떠올랐다. 달이 밝으니 고등어를 사러 가긴 틀렸구나. 몇 해 전인가, 고등어를 사러 자갈치에 갔었는데 그날은 유난히 고등어가 드물었다. 어쩌.. 2015. 2. 2. 당신의 코는 늘 느끼는 사실이지만, 환자용 아닌 일반 엘리베이터 공간은 인색하였다. 엄밀히 말하면 입원실 아닌 진료용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환자인데 말이다.. 하지만 휠체어나 이동침대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엘리베이터 공간은 몇 명만 타면 끝이다. 오래된 시설이라 그런지도 .. 2014. 12. 27. 납뜩이 안 가 #1 그녀는 또 내 블로그를 즐겨찾기 해주신다. 벌써 네 번째이다. 기억도 못 하면서 왜 반복하나 모르겠다. <화성인 0000>에 출연하셨듯 역시 범상치 않음이다. #2 얼마 전 나는 조선 후기 수필 <눈물이란 무엇인가>를 올렸었는데 이젠 진심 내가 묻고 싶다, 콧물이란 무엇인가, 어디.. 2014. 11. 28. 이전 1 ··· 5 6 7 8 9 10 11 ··· 46 다음